호황기 추가세수를 미래에 쌓는다-정부가 추진하는 '미래대응기금'의 구상과 과제 [경제 현안 분석]


미래대응기금은 무엇인가?

정부는 반도체 호황 등에 힘입어 예상되는 세수 증가분을 일회성 지출로 소진하지 않고, 별도의 기금에 적립해 미래 투자와 재정 안정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핵심은 세수가 좋은 시기에 재원을 모으고, 세입이 둔화될 때 필요한 재정 여력을 보강하는 이른바 '재정 저수지'를 만드는 것이다.

투자 대상은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의 네 분야이다. 청년의 일자리·주거·자산 형성, AI와 첨단산업, 지역 정주 여건과 성장거점, 고등·평생교육 및 우수 인재 양성 등이 예시로 제시됐다. 기금 안에는 총괄,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의 5개 계정을 두고, 기획예산처가 기금을 총괄하되 각 부처가 사업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정확한 적립 규모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추가세수와 교육교부금 개편 재원 등을 고려하면 첫해 기금 규모가 100조 원을 넘을 수 있다는 언론의 추산도 나온다.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나

구분 산정·발생 기준 처리 방향
추가세수 차년도 내국세 세입예산이 최근 10년 추세치를 웃도는 금액 일반회계에서 기금으로 전입
초과세수 9월 세입 재추계액이 당초 세입예산을 웃도는 금액 세입·세출 외로 전입
세계잉여금 잔여재원 교부세 정산,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국채 상환 후 남는 재원 추경 또는 기금 적립
제도 개편 재원 교육교부금 산식 개편분과 추가세수를 제외한 지방교부세 모수 조정분 교육·인재계정 및 지방계정에 재투자
운용수익 여유자금을 채권·주식 등으로 운용해 얻는 수익 사업비와 적립 재원 보강

주: 정부가 말하는 '추가세수'는 장기 추세 상회분, '초과세수'는 당초 예산 대비 재추계 증가분으로 서로 다른 개념이다. 예를 들어 특정 연도의 내국세 결산액이 100조 원이고 최근 10년 연평균 증가율이 6.6%라면, 이를 2년간 적용한 2년 뒤 추세치는 약 113.6조 원이 된다. 만약 2년 뒤 편성된 내국세 세입예산이 130조 원이라면, 추세치와의 차액인 16.4조 원이 '추가세수'가 되는 구조이다.

왜 지금 추진하나

1. 잠재성장률 하락과 AI 투자 경쟁

정부 자료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25년 1.9%, 2026년 1.7%, 2027년 1.5%로 낮아질 것으로 제시한다. 향후 2~3년을 AI 전환의 결정적 투자 시기로 보고, 반도체 경기에서 생긴 재정 여력을 생산성 향상과 인재·인프라 확충에 집중하겠다는 판단이다.

2. 세수 변동을 흡수할 장치의 필요성

한국 세수는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의 경기와 법인세에 민감하다. 호황기에 세입 증가를 모두 지출하면 재정이 경기를 더 자극하고, 불황기에 세입 감소에 맞춰 지출을 줄이면 침체를 키울 수 있다. 호황기의 일시적 세입을 적립하는 장치는 이런 경기동행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가 있다.

3. 교육·지역 재정의 변동성 완화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지방교부세는 각각 내국세의 20.79%, 19.24%에 연동된다. 정부는 교육교부금은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를 반영하는 산식으로 바꾸고, 지방교부세는 내국세에서 기금 전입분을 뺀 금액을 기준으로 삼되 지방계정을 통해 재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통계로 본 정책 배경

지표 과거·기준치 최근치 변화·의미
학령인구(만 3~17세) 2010년 880만 명 2025년 591만 명 -32.8%
지방교육재정교부금 2010년 32.3조 원 2025년 70.3조 원 +117.6%
학생 1인당 공교육비(2022) OECD 초중등 13.5천 달러 한국 초중등 22.5천 달러 한국이 OECD의 166%
학생 1인당 고등교육비(2022) OECD 21.4천 달러 한국 14.7천 달러 한국이 OECD의 69%
2026년 국가재정 총지출 727.9조 원 관리재정수지 -107.8조 원 국가채무 1,413.8조 원(51.6%)

자료: 기획예산처·교육부(2026.8.21), 국회예산정책처 「2026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결과」. 국가채무 비율은 GDP 대비.

기대되는 효과

  • 미래 투자 재원의 연속성 — 여러 해가 걸리는 AI 인프라, 연구개발, 인재 양성 사업을 연도별 세입 변동과 분리해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 재정의 경기 대응력 강화 — 호황기 세입을 적립하고 세입 둔화기에 활용한다면 재정의 경기증폭 효과를 줄이고 위기 때 신속히 대응할 여지가 커진다.
  • 교육 재원의 재배분 — 초중등에 집중된 재원 일부를 영유아·고등·평생교육과 인재 유치로 넓혀 생애 전 단계의 교육 투자를 강화할 수 있다.
  • 지역 투자와 국가 전략의 연계 — 지역 성장거점과 정주 여건 개선을 첨단산업·인재 정책과 연결하면 개별 보조사업보다 큰 파급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반드시 짚어야 할 문제점

① 추가세수 산정과 기금 운용 규칙의 불확실성

최근 10년 내국세 증가율만으로 구조적 세수와 일시적 호황을 구분하기는 어렵다. 연간 기금운용계획 자체는 국회의 심의를 받는다. 다만 현행 기금제도에서는 기금의 성격에 따라 주요항목 지출금액을 20~30% 범위에서 국회에 변경안을 제출하지 않고 조정할 수 있다. 미래대응기금에도 이러한 탄력성이 폭넓게 허용될 경우 사실상의 '상시 추경'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이에 대해 기금도 국회의 심의와 관련 법률에 따라 집행된다고 설명한다. 적립 기준과 인출 요건·한도 역시 법률에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② 적자재정 속 신규 지출 확대 가능성

2026년 관리재정수지는 107.8조 원 적자, 국가채무는 1,413.8조 원으로 전망된다. 추가세수를 모두 투자 재원으로 돌리면 국채 상환 기회를 놓치고 세대 간 부담을 키울 수 있다. 미래대응기금이 신설되면 또 하나의 재정 칸막이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초과세수가 발생하면 기금 적립뿐 아니라 국채 순발행 축소와 일반회계를 통한 생산적 투자 등 다른 활용 방안과 비용·편익을 비교해야 한다.

③ 광범위한 사업 범위와 중복 위험

청년·주거·AI·첨단산업·지방·교육 등 대상이 지나치게 넓어 기존 일반회계·특별회계·기금 사업과 중복될 가능성이 크다. 미래대응기금과 한국형 국부펀드는 목적과 운용 방식이 다르지만, 초과세수와 첨단산업 투자라는 측면에서는 재원과 투자 대상이 일부 중첩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형 국부펀드는 정부 출자주식과 물납주식 등을 활용해 초기 자본금 20조 원 규모로 추진되고 있다. 따라서 두 제도의 역할과 재원 배분 기준, 투자 범위를 명확히 구분해야 하며, '미래 투자'라는 이름으로 단기 현안이나 선심성 사업이 편입되지 않도록 사업 선정 기준을 엄격히 적용할 필요가 있다.

④ 지방·교육재정의 자율성과 책임성 문제

법정률로 이전되던 재원 일부가 중앙정부의 기금 계정으로 이동하면 지방정부와 교육청의 재정 자율성이 약화될 수 있다. 여러 부처가 사업을 집행하는 구조에서는 성과 부진의 책임 소재도 불명확해질 수 있다.

개선 방향: 기금의 성패를 가를 다섯 가지 원칙

  • 1. 산정·적립·인출 준칙을 법률로 명확히 해야 한다 — 세법과 경기 요인을 반영한 구조적 세수 추정치를 활용하고 독립기관의 검증을 받도록 해야 한다. 최소유보액, 적립 상한, 인출 사유와 연간 한도도 법률에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 2. 추가세수 일부는 국가채무 감축에 배분해야 한다 — 미래 투자와 재정건전성을 함께 고려해 추가세수의 일정 비율을 국채 상환에 우선 배분하는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 3. 사업 선정 기준과 일몰제를 강화해야 한다 — 신규성·민간투자 유발효과·범부처 파급효과를 기준으로 기존 사업과의 중복을 걸러내고, 사업별 일몰제와 정기적인 존치평가를 적용해야 한다.
  • 4. 지방·교육재정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 계정별 최소 배분 원칙과 객관적인 지역 배분 공식을 마련하고, 지방정부와 교육청이 중기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다년도 지원 한도를 제시해야 한다.
  • 5. 성과와 자산운용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 계정별 정량 성과지표를 사전에 정하고 집행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여유자금은 유동성과 안전성을 우선해 운용하고 자산 구성·수익률·위험지표도 정기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종합 평가

미래대응기금은 반도체 호황의 세수를 소비성 지출로 흘려보내지 않고 생산성·인재·지역에 투자하며, 세수 변동을 흡수하겠다는 점에서 문제의식은 타당하다. 한국 재정에 명확한 안정화기금이 부족했다는 점도 제도 도입의 근거가 된다.

다만 좋은 이름이 좋은 재정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적립 규모와 지출 한도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 분야가 지나치게 넓고, 지방·교육재정의 자동 이전분이 중앙의 재량 계정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은 신중히 살펴야 한다. 무엇보다 '미래 투자'와 '현재의 재정건전성'을 함께 지키는 규칙이 필요하다.

따라서 국회 심의의 초점은 기금 신설 여부만이 아니라 ① 추가세수 산정의 객관성, ② 적립·인출 준칙, ③ 국채 상환과의 배분, ④ 기존 사업과의 중복 방지, ⑤ 지방·교육 자율성, ⑥ 성과 공개와 일몰제에 맞춰져야 한다. 이 장치들이 법률에 구체적으로 담길 때 미래대응기금은 단기 호황의 열매를 장기 성장의 씨앗으로 바꾸는 제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 기획예산처, 「미래를 대비하는 새로운 재정운용의 틀 제시 - 제1차 재정운용전략협의회 개최」, 2026.8.21.
  • 관계부처 합동, 「제1차 재정운용전략협의회」(안건: 미래대응기금 추진방안·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방안), 2026.8.21.
  • 국회예산정책처, 「2026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결과」, NABO Focus 제130호, 2025.12.5.
  • 국가법령정보센터, 「국가재정법」 제90조 ‘세계잉여금 등의 처리 및 사용계획’, 2026.8.11. 시행
  • 관계부처 합동, 「2026년 경제성장전략」, 2026.1.9.
작성자: 장광수 | 송현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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